네이버가 ‘스타 경영진’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. 올해 인공지능(AI)과 커머스(상거래) 분야 역량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려 더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. 하지만 주주총회 현장은 주주들의 불만으로 시끌시끌했다.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.
변 전 대표와 이 창립자는 금융투자 시장에서 이름난 경영진으로 꼽힌다. 변 전 대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래에셋생명 사장을 지냈다. 자산운용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. 인다우어스는 아시아 최대 개인 디지털 투자 플랫폼으로, 유치한 고객 자금이 50억달러(약 6조7000억원)가 넘는다. 이 창립자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아시아투자 총괄 대표를 지낸 글로벌 금융 전문가다.
네이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(지분율 9.3%)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변 전 대표의 선임안이 통과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. 국민연금은 변 전 대표가 미래에셋생명 대표 재직 시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.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“엄정한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법상 적격성 및 독립성에 이슈가 없음을 확인했다”고 설명했다.
네이버는 이들이 금융·투자 분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효율성 및 수익성 증대 측면에서 적극적인 자문 활동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.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.
네이버 이사회는 7인 체제로 꾸려졌다. 최 대표와 채선주 대외·ESG정책대표 등 사내이사 2인, 기타비상무이사인 변대규 이사회 의장 1인, 정도진·노혁준·변재상·이사무엘 등 사외이사 4인 등이다.
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. 한 주주는 “네이버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다”며 “시장의 평가는 냉정한데 네이버는 혁신이 없어 보인다”고 지적했다. “유튜브에 잠식당하고 있는데 대책을 제대로 못 세우는 것 아니냐”는 질문도 나왔다.
최 대표는 “주가에 대한 심려가 클 것으로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”면서도 “클립, 치지직 등을 유튜브와 경쟁할 뾰족한 전략 중 하나로 봐달라”고 말했다. 네이버의 장기 성장전략에 대해선 “AI 기반의 B2B(기업간거래) 사업, 기술 수출이나 인수한 커머스 사업에 AI를 녹여서 앞으로 성과가 날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, 테무가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네이버의 경쟁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. 최 대표는 “위기이자 기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”며 “(알리와 테무가)파격적 자본력을 앞세워 침투하려는 전략을 발표한 것에 대해선 면밀히 보면서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”고 했다.
업계에선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최 대표의 핵심 과제로 주주 불만 해소를 꼽고 있다. 최 대표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. 하지만 최 대표가 취임했을 당시 30만원 수준이던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10월 1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.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일보다 0.59% 오른 18만9100원에 장 마감했다.
정지은 기자 jeong@hankyung.com
관련뉴스